INTERVIEW
귀도 눈도 즐거운 클래식 콘서트

오순화 비올라 독주회
무대미술로 색다른 연출

화려한 무대세트와 의상을 선보이는 오페라에 비해 클래식 콘서트는 시각적으로 초라하고 단조롭기 짝이 없다. 마치 펭귄처럼 연미복 차림 일색이다. 단색이긴 하지만 약간의 컬러를 곁들이기도 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여성 연주자의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실내악은 많은 연주자와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는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비해 청각적· 시각적으로 지루함을 줄 수밖에 없다.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여의도 영산 아트홀에서 열리는 오 순화 비올라 독주회는 피아노와의 듀오 리사이틀에 무대미술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윤 정섭(한국 예술종합학교 연극원)교수에게 무대미술을 맡겨 색다른 무대를 연출하는 것. 청각적 즐거움 못지 않게 시각적 즐거움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국내 무대에서 시각적인 요소를 도입한 것은 무대를 온통 어둡게 만들고 조명이 달린 오페라용 보면대와 컬러 조명을 사용하는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 '크로노스 콰르텟' 이나, 발레와의 만남을 시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의 '춤이 있는 리사이틀' 정도였다.
국내 연주자가 리사이틀 무대에 조명을 이용하는 무대미술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대미술을 맡은 윤 정섭 교수는 "외국에서는 콘서트와 무대미술의 만남은 흔히 볼수 있는 일"이라며 "미리 녹음된 음악을 들어보면서 분위기에 맞는 조명 색깔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무대 위에 흰색 천을 깔고 여기에 다양한 색깔의 조명을 투사한다는 것. 또 "무대 정명의 벽면에 설치미술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국내 정서상 아직 시기 상조라고 생각해 시각적 요소의 활용은 절제된 범위에서만 시도했다"고 밝혔다.
실내악단 코리안솔로이스츠의 멤버, 올라 비올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중인 비올리스트 오 순화 교수는 이번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김 대진(한국 예술종합학교 교수)· 기타리스트 장 승호(한국 예술종합학교 교수)등과 호흡을 맞춘다. 프로그램은 포레의 '비가(悲歌)', 글링카의 '소나타 d단조', 파야의 '6개의 스페인 민요', 브람스의 '소나타 제 1번 f단조'등.
또 이번 공연에 맞춰 아카디아 레이블로 첫 음반도 내놓는다. ■ 이장직 음악 전문 기자

/ 중앙일보 2000.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