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오순화 비올라 독주회
오순화의 작업은 강한 설득력과 더불어 전문 연주가로서의 자기 주장을 펼침으로써 국내 연주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특수 조명을 통해 무대의 색감을 음악과 어울리게 함으로써 청각과
시각의 조화가 주는 특별한 경험을 청중이 갖게 했는데, 청중의 시선을 무대에 집중시킴으로써 진한 음악의 세계를
맛보게 하는 효과도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2001년 11월 26일 영산아트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인 비올리스트 오순화의 독주회가 지난해 11월 26일 영산아트홀에서 있었다. 중견 비올리스트로서 오순화는
그간에도 비올라에 대한 새로운 에술세계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일상적인 연주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적극적인 작업을 구체화함으러써 독주 악기로서의 비올라가 바이올린가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해 주고 있다. 국내음악계가 청중과 함께 호흡하며 문화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주
무대를 필요로 하며, 특히 중견 연주가들은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로
객석을 압도하는 열정을 표출하여 한다. 그런 점에서 오순화의 작업은 강한 설득력과 더불어 전문 연주가로서의
자기 주장을 펼침으로써 국내 연주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특수 조명을 통해 무대의
색감을 음악과 어울리게 함으로써 청각과 시각의 조화가 주는 특별한 경험을 청중이 갖게 했는데, 물론 그러한
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으나 청중의 시선을 무대에 집중시킴으로서 진한 음악의 세계를 맛보게 하는
효과도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김대진이 피아노를 맡아 먼저 가브리엘 포레의 「비가」로 시작한 연주회는 처음부터
진한 음색으로 감정의 여운을 깊게 했는데, 무게가 느껴지는 보잉의 스태미너가 호소력 있는 소리를 만들어 내어
흔히 첼로로 듣던 「비가」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특히 오순화의 효과적인 감정 처리와 상호 대비가 확연한
다이내믹은 비올만이 가지고 있는 단아하고도 우아한 맛을 맛보게 한다.
두 번째로 러시아 작곡가 글린카의 「소나타 라단조」는 빠른 악장과 조금 느린 악장 등 두 개의 악장이지만
슬라브적 두터움과 상당한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데, 오순화의 강한 음색의 표출이 유려한 기능과 잘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갖게 했다. 기타리스트 장승호와 앙상블을 이룬 파야의 스페인 「민속 모음곡」은
바이올린으로 많이 연주되는 곡이지만, 오순화의 비올라와 기타의 만남은 다소곳한 실내악적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악기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스페인 민속음악의 내적 꿈틀거림의 멋을 맛보게 했다.
이날의 마지막은 다시 김대진과 호흡을 맞추어 브람스의 「소나타 1번 작품 120」을 무대에 올렸다.
클라리넷으로도 연주되는 「소나타 1번」에서 비올라의 음색은 깊이를 더했고, 1악장에서도 소리의 공명을 높여
풍요한 공명인데, 비올라와 바이올린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오순화는 브람스에서 극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2악장 안단테의 폭넓은 울림, 그리고 4악장 비바체의 빠른 패시지에서도 소리의 울림이 여유를 느끼게 한 것은 이제
오순화가 연륜과 더불어 새로운 예술세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 아닌가 한다.
오순화는 전반과 후반에 무대 의상을 바꾸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대 디자이너 윤정섭의 도움으로 조명
효과를 극대화함으러써 마니아가 아닌 일반 청중에게는 음악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는데,
한국에서 처음 시도된 독주 무대의 특수 조명은 찬반의 의견이 있겠으나 새로운 시도가 주는 열정감이 기분좋은
여운으로 남았다. ■글·한상우
/ 음악춘우 200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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