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오순화
한국 비올라계의 '新르네상스' 구축하는 새세대

음악을 삶으로 영위하고 자신만의 모든 비밀을, 솔직한 자신의 모든 표현들을, 끝없는 대화로 풀어 헤치고 또한 오순화를 위무해 주는 친구 비올라. 다시 태어나도 비올라와의 끝없는 사랑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극한 사랑을 나타내는 오순화. 연륜의 요염하고도 농후한 자태의 강한 이미지가 그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그리고 가을 하늘을 바탕으로 노랗게 물들어진 대지의 오곡들을 보듯 음악이 있어 풍요롭고 넓은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세상에 대한 긍정과 열정,의욕이 느껴진다. 그것이 오순화만의 향기요, 카리스마 같다.

유난히 가을을 탄다. 그런 이유로 가을은 그녀를 쉬게 하지 않는다. 또 스스로도 그것이 싫어 4계절 중 가을에 가장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이런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며 보람의 시간을 맞는다.
11월 26일 그녀는 자신과의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독주회를 영산아트홀에서 마련한 것이다. 피아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김대진이 함께 한다.
"사실 의미를 부여한다면 퇴색되지 않으려는 나 자신의 개발이 우선이고, 11월 26일 제 음악이 담긴 첫 번째 독주 앨범이 출반되거든요. 이를 기념하는 것입니다."
'After a Dream'이란 이름을 걸고 아카디아에서 출반하는 그의 음반에는 힌데미트의「소나타」, 글린카의 「소나타」, 그리고 타이틀 곡인 포레의 「꿈 꾸고 나서」, 바흐의 「아리오소」, 드뷔시의「아름다운 저녁」,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등 학구적인 레퍼토리와 낭만적인 소품이 담겼다.
이와 연계하여 독주회 프로그램은 포레의 「엘레지」.글린카의「소나타 라단조」, 파야의 「피아노 모음곡」,브람스의 「소나타 작품 120-1 바단조」로 낭만적인 색채가 짙은 분위기의 작품으로 안배하였다. 비올라 고유의 매력을 발산, 청중의 마음에 이 가을의 분위기에 맞게 로맨틱한 서정을 불어 넣으려는 의도에서이다.
"CD에 수록된 곡들은 비올라 작품군 중에서도 중요한 레퍼토리들로서 이 날 발매되기 때문에 독주회의 프로그램도 이 앨범에 수록된 작품을 하나 넣었어요. 컨셉을 맞춘 것이지요"
포레의 곡은 편안한 의미에서 부드럽게, 글린카는 러시아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무겁지 않고 듣기에 좋은 곡이다. 또한 파야의 「파퓰러 스페인 모음곡」은 기타리스트 장승호가 함께 하여 빙올라, 기타와의 어울림으로 현악기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맛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곡으로 브람스는 객석과 무대가 함께 갖는 로맨티시즘의 시간. 비올리스트 오순화의 음악이 새롭게 청중에게 어필되는 뜨거움을 선물로 받는 기쁨과 충만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다양한 연주 편력, 우리 비올라계의 중추 역할

비올리스트 오순화의 음악 행보는 이렇다. 서울예고 1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우순화가 공부하던 시절만 해도 비올라라는 악기에 대한 인식도가 매우 낮았다. 사람들 또한 비올라라는 악기에 대해 잘 몰랐고, 그 매력을 굳이 찾으려 하지도 않았던 때이다. 그런 시대였기 때문에 어린 나이였지만 외국 타지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오순화를 더 넓고 높게 향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케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교육실정이 주입식으로 선생을 따라 가는 방식의 교육이었다면 미국의 교육은 오순화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레슨을 받으러 갈 때마다 제가 원하는 곡을 준비하도록 유도하셨지요. 곡에 따른 핑거링, 보잉 등 내 스타일에 맞게 만들 수 있도록 말이지요. 선생님께서 이 곡은 이래라 저래라가 아닌 곡해석을 작곡자의 스타일에게 맞게, 즉 브람스는 브람스대로의 분위기가 나오게끔 개성을 살려 주셨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오순화 음악을 감싸고 있고, 학생을 이끄는 교육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나라의 교육 실태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도 전공 외의 학과를 병행, 게을리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을 업고 그는 학생들의 생활에 밸런스를 맞추어 주고 있다. 틀에 박히지 않고, 곡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개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확대된 경험과 시야를 불어 넣는 이끔으로서 기틀을 다져주는 역할자라며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나타낸다.
줄리어드 예비학교와 음악학교, 동 대학원에서 마가렛 파디와 폴 독터 교수를 사사했다. 그리고 움직임의 반경을 독일 뮌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콘서바토리움으로 옮겨 M.A.로데 교수의 연주 조교로서 자신의 음악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그것은 그 동안 국내에서 전국 학생음악경연대회 특상, 서울교대 콩쿠르 1위를 비롯해 미국 AMTL콩쿠르 HenryLevine상, 뉴욕 그레이트 넥 영아티스트 콩쿠르 1위,줄리어드 베를리오즈 비올라 콩쿠르 1위,줄리어드 바흐 콩쿠르 1위 수상에 카네기홀, 링컨센터 뉴욕리디오방송 독일 그라페르필에서의 연주회 그리고 줄리어드심포니 줄리어드스트링앙상블 상해교향악단 및 국내 굴지의 교향악단인 서울시향 KBS향 부산시향 교향악 축제 충남시향 협연 등 실로 다양하고도 왕성한 활동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음악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는지 보여준다.

"사실 좋은 비올리스트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들이 실상 어떤 움직임을 갖고 있고, 세계의 동향이라든가 정보는 어떻고, 유명연주가들의 풀스토리,교육사상 등 비올라에 대한 작품연구, 이해 분석면에서 그 지반이 열악함을 몸소 체험하면서 계간지 「올라 비올라」를 창간하게 되었습니다. 이것 또한 저의 음악 외적 활동의 보람이지요."

계간지 「올라 바올라」 창간 대중 향한 비올라의 눈높이 교육 시작

귀국을 했다. 메이피아노4중주, 예음클럽, 코리아앙상블 단원, 중앙대 경희대 숙명대 추계예대에서 후학을 이끌면서 솔리스트로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펼치며 협연 실내악 등을 통해 비올라가 지닌 아름다움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대단한 정성을 쏟는다. 한 마디로 음악을 사랑하는 자신과 청중을 위해 비올라에 대한 오순화의 눈높이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21세기 여성을 위한 음악회, 스쿨 클래식, 비올라 앙상블의 밤, 2000년에 듣는 바흐......등여러 형식의 주제와 부제를 달아 사람의 인성에 가장 가까운 악기를 청중에게 알림으로써 비올라 음악을 애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한 그의 움직임은 은은히 진행되고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을 취하고 있다며 자신을 드러내는 수줍움이 가득한 모습에서 오순화의 아름다움은 왠지 더욱 빛나 보인다.
한편으로 코리안솔로이츠 멤버로서 실내악의 부흥에 이바지하고 있는 오순화. 근래 전문계간지 ‘올라 비올라’의 발행인으로서 그의 움직임은 귀추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음악적 족적은 우리나라 현악계의 발전에 커다란 밑받침이 되고 있다.
“사실 좋은 비올리스트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들이 실상 어떤 움직임을 갖고 있고, 세계의 동향이라든가 정보는 어떻고, 유명 연주가들의 풀스토리, 교육사상 등 비올라에 대한 작품연구, 이해 분석 면에서 그 지반이 열악함을 몸소 체험하면서 ‘올라 비올라’를 창간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계간지지만 비올라에 대한 전반적인, 그리고 다양한 음악적 지식을 찾을 수 있는 음악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저의 음악 외적 활동의 보람이지요.”
자동차를 타고 학교로 출근하는 길에 문득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가 기울여진다. “콰르텟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와 함께 하는 악기는?”이란 문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쉽게 답을 풀지 못하는 것 같은 진행자의 문제 힌트에 또 한번 귀가 번뜩인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비가 오면 싫어 하는 악기는?”이라며 설명을 곁들인다. 답은 “비올라!”. 결국 청취자는 답을 못풀었다. 그만큼 비올라라는 악기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데서 오순화는 ‘ 올라 비올라’를 만들게 된 것이다. 첫째는 음악 애호가와 아마추어에게 ‘비올라는 어떤 악기인가’를 알리고, 둘째로는 비올라 전공자들에게 바이올린과 첼로에 가려진 소외감을 극복하고 자긍심을 갖고 풍부한 음악적 지식을 쌓으면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셋째로는 개인적으로도 공부하는 의미에서 계간지「올라 비올라」를 탄생시켰다.

첫 앨범 ‘After a Dream’ 출반
내 음악에 르네상스 맞는 새로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긴장이 된다. 하지만 무대를 향해 나아가 객석에 많은 청중이 함께 했을 때 그 긴장은 이완되고, 기분 좋아진다는 오순화.
“무대의 특징이나 형식은 다르지만 ‘잘 해야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지’라고 마음 속으로 다지고 솔직한 표현으로 청중과의 거리를 좁혀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대에서의 책임감을 강화시킵니다.”
‘이제는 한물 갔어’라는 식의 말을 듣는 연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나가는 연주자로서의 오순화를 만들기 위해 게으름이란 있을 수 없다. 최선의 노력으로 최상의 오순화를 만들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홀로서는 작업에 쉼이란 없다고 뚜렷한 직업정신을 보여준다.
“슬럼프가 없을 수 없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기적으로 올 때도 있구요. 대학 3학년 때의 일입니다. 제가 목표로 하는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열심히 연습에 임했습니다. 작품이 현대곡이어서 하루 12시간을 불사하고, 목 아래의 뼈가 이그러질 정도로 연습했어요. 연주 후의 만족도는 최상이었어요. 그런데 1등에 박사과정 중인 남자분이 되었을 때 많은 회의가 일었어요.”
콩쿠르가 자신의 음악적 성장을 도모하는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수용되어야지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편다. 우리의 학생들이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으로 교육적 차원에서 연주의 기회를 많이 갖게 하는 경험이 일차적이라면 자신의 음악이 보다 확대되는 시야를 가질 수 있는 하나의 토대 형성을 위한 과정으로서의 학생들에게 이해도를 높여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피력한다.
“미력하지만 우리 비올라계, 아니 나아가 우리 음악계의 질적 향상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시스템과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스스로가 문화를 주도하는 이끔이로서 청중의 청각과 시각의 차원을 끌어 올리는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음악은 들으면서 가까워져야 한다고 말하는 오순화. 자신의 완성을 향하여 다양한 시도와 노력은 필수요, 최선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한다.
지금 오순화는 가장 인간적인 악기인 비올라를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라는 창조적인 아이디어 개발과 그 활용에 대해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스쿨 클래스, 다양한 형식을 취한 프로그램, 레퍼토리의 확장, 대중을 흡입하여 공감도를 높일 수 있는 크로스오버 콘서트, 다른 악기와의 이색적 만남으로 비올라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고.
“우리의 무대도 차츰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딱딱한 분위기의 조명 아래보다는 미술이 있고, 영상이 있고, 대화가 있고, 무용도 있고, 연극도 있는 분위기에 맞는 무대 장치 등 음악도 총체적인 예술의 한 부분으로서 멀티 미디어시대에 부응해 청중을 사로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음악은 청중과 함께 공유되기 때문입니다.”
청중의 공감도는 보는 시각이 80%라면 듣는 귀는 20%라고 분석하며 클래식은 변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의 패러디로서 자신의 새로운 발전 추구 및 청중에게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는 것이 연주가로서의 의무며 사명감이라는 오순화. 비올라는 그의 인생의 희노애락을 다 받아주고 해답을 찾아주는 카운셀러라고 표현한다. 음악을 삶으로 영위하고 자신만의 모든 비밀을, 솔직한 자신의 모든 표현들을, 끝없는 대화로 풀어 헤치고 또한 오순화를 위무해 주는 친구 비올라. 다시 태어나도 비올라와의 끝없는 사랑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극한 사랑을 나타내는 오순화. 연륜의 요염하고도 농후한 자태의 강한 이미지가 그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그리고 가을 하늘을 바탕으로 노랗게 물들어진 대지의 오곡들을 보듯 음악이 있어 풍요롭고 넓은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세상에 대한 긍정과 열정, 의욕이느껴진다. 그것이 오순화만의 향기요, 카리스마 같다. ■ 글·동경채

/ 음악춘추 ( 2000. 11 )